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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진의 바이오 뷰] 신약 개발 올림픽, 페어플레이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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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고관리자 | 조회275 | 2023-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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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의 축제인 올림픽, 신약 개발에서도 올림픽이 열리고 있다. 승자만이 주목받는 냉엄한 세계에서 페어플레이 정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세계적인 신약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은 지구상의 축제라는 호칭에 걸맞게 전 세계인의 이목과 관심이 집중되는 행사다.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높이고 올림픽을 준비하고 치루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부가적인 경제적, 산업적, 정치적 발전을 이루고자 하는 많은 나라들이 정치, 외교, 경제력을 총동원해 올림픽 유치전에 뛰어들고 있다.

올림픽은 ‘평화, 친선, 도약’이라는 올림픽 정신과 함께 ‘건전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 ‘승리보다는 참가에 의의’, ‘스포츠로 하나되어 세계의 평화에 이바지’한다는 숭고한 올림픽 철학을 내세우고 있다. 최근 일부 종목이 프로 선수들의 참가를 허용하기 전까지는 순수 아마추어 선수들에게만 문호가 개방됐던 도전의 과정과 완수에 의미를 부여하는 숭고한 화합과 우정, 그리고 사랑과 존경의 잔치이다.

승자만이 살아남는 시스템, 과도한 경쟁 이어져

그런데 과연 실상은 어떠한가. 승자와 패자라는 냉엄한 현실이 있고 승자들도 메달 색깔에 따라 차원이 다른 대접을 받는다. 과연 기억되는 은메달, 동메달리스트가 얼마나 될까. 전 세계인이 보는 가운데 시상대의 맨 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의 국기가 제일 높게 올라가고 국가가 연주되는 그 순간을 위해 선진국간의 피를 말리는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이율배반적이고 모순된 행사가 어떻게 변함없는 가치를 부여 받고 인기를 누리고 있을까.

그 바탕에는 비교와 경쟁이라는, 결국 우등과 열등을 구별하는 기전이 작동하는 승부의 세계를 합리화시켜주는 ‘보다 빠르게, 보다 높게, 보다 강하게’라는 또 하나의 올림픽 캐치프레이즈가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참여하고 있는 신약 개발 올림픽과 연결시켜 보자. 인류의 건강 증진에 공헌, 불치병·난치병의 극복, 미충족 의료 수요의 해소 등이 가장 흔하게 인용되는 신약 개발의 정신이자 철학이다. 불타오르는 과학자들의 순수한 열정, 사명감 그리고 의욕이 느껴진다. 신약개발의 성공은 세계 과학계에서 개인뿐 아니라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막대한 부를 창출하며 신약 개발의 과정에서 양성되고 확보되는 전문 인력과 방대한 연구, 생산시설이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이어진다.

이를 위해 학계와 산업계에서 폭넓은 세대의 의과학자들이 뛰어들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불철주야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그 결과 많은 놀라운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한 임상 진입 소식과 기술수출 등의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다. 신약 개발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업 간의 경쟁뿐 아니라 독보적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 간의 상호 양해각서 조인이나 협력계약을 통한 협업으로 신물질 개발 효율의 혁신적인 개선이나 개발 기간 단축 등의 시너지를 도모하고 있다. 세계 의과학자들이 참여해 불치병과 난치병의 정복이라는 공동의 연구목적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신약개발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치열한 경쟁 속, 실적 과도하게 홍보되기도 해

당연히 여기에도 냉혹한 승부의 법칙이 존재한다. 신약 개발의 특성상 ‘보다 새로운, 보다 효과적인 물질의, 보다 빠른 개발’을 요구하는 냉정한 현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임상 성공의 고지를 앞서 정복한 승자(금메달리스트)가 누리는 특권과 여유와 뒤따르는 자(은·동메달리스트)들이 겪는 어려움과 설움의 차이가 극명하기 때문에 사활을 건 개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치열한 경쟁은 높은 수준의 연구결과의 양산과 빠른 개발 속도 그리고 기술수출이나 상용화 실적의 극대화를 낳는다.

그런데 과유불급이라고 할까. 가끔은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최소한의 과학적 논리나 뒷받침되는 데이터도 없는 임상시험의 발표나 특정 질병이 곧 정복될 것 같은, 혹은 이미 정복된 것 같은 뜬금없는 홍보 기사가 나오기도 해 그 의도가 의심을 받기도 한다. 순수 과학의 목표가 설정돼 기전이 연구되고 물질이 개발돼 응용과학으로 이행되는, 실패와 좌절이 반복되는 지루하고 힘든 상용화의 과정이 마치 도깨비 방망이로 뚝딱 이뤄지는 마법에 걸린 듯한 느낌이 들곤 한다.

왜 도출된 결과의 성공적인 이행과 재현이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길고 차분한 호흡으로 움직이는 의과학계에 이렇게 무리하고 억지스러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그 이유는 위에 기술하였듯이 인류의 건강증진에 최고의 우선순위를 둔 순수하고 헌신적인 철학 뒤에는 남보다 더 우수한 결과를 더 빠르게 내놓는 자만이 살아남는 냉혹한 승부세계의 현실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연구에 필요한 재원과 회사 가치의 증대에 의해 창출되는 부에 대한 필요와 유혹이 있다. 과학자들은 개발을 위한 연구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해야 하는 절박함과 회사의 가치 증대를 통한 부의 축적 욕망이 있고, 투자자들은 투자를 통해 목표한 기대 수준 이상의 이윤을 회수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따라서 회사 가치의 하락을 막고 일정 속도의 가치 상승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어느 한쪽을 비난하거나 폄하할 필요는 없다. 산업계는 엄연히 이윤 창출이라는 자본주의의 법칙과 원리에 의해서 유지되고 돌아가는 것이고 그 도구가 재물(돈)이며 이는 여러 형태의 투자 유치에 의해 확보되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의 가치를 높이고 널리 알리는 행위는 정당하고 필요하며 사회는 그것을 기준으로 가치를 산정하고 투자를 결정하므로써 그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이윤에 대한 기대치를 갖는다.

정답 없지만 페어플레이 정신이 중요

그렇다면 어느 정도를 과(過)로 정의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답이 없는 시험문제를 푸는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어떻게 답을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한 제안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힌트는 올림픽이다. 올림픽의 모든 게임에는 합의된 규칙이 있고 그것을 어기는 것을 반칙으로 규정한다. 심한 반칙을 하면 4년 동안의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고통스러운 훈련과 경쟁을 이겨내고 출전 자격을 획득해 준비한 선수에게 실격이라는 모진 형벌을 내린다. 어쩌면 이제 우리 신약바이오업계도 자정이라는 이름으로 모두의 합의를 통해 도덕적, 사회적, 과학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규칙을 정해야 하는 시간이 온 듯 하다. 아무리 절박하고 어려워도 넘지 말아야 할 금도,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할 선이다.

그리고 그 목적은 누군가를 실격시키고 탈락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고 우리 모두가 실격 당하지 않는 페어플레이를 하기 위한 것이다. 대한민국의 K-신약 바이오는 정당하고 떳떳한 경쟁을 통해 신약 올림픽의 금메달리스트가 될 충분한 자신감과 자격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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